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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발성 모낭염으로 고통받는 여성

22세 여성인 GJ는 치골부위에 모낭염이 자주 재발해서 산카란 선생의 클리닉을 찾았다. GJ는 모낭염이 항생제를 복용하면 잠시 좋아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하는 것에 질려있어서 대안적 치료법으로 산카란 선생의 동종요법 클리닉을 찾게 된 것이다. GJ는 과거에 다낭종성 난소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GJ는 선생에게 자신의 불편한 점을 말하였다.

“지난 3-4년 동안 치골 부위에 모낭에 염증이 재발합니다. 시작할 때 모양이 달라지고, 느낌도 달라지면서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죠. 때로는 항생제를, 때로는 동종약을 복용하는데 효과는 그저 그래요. 저에게는 이런 약들은 그저 ‘안정화 변수(stabilizing factor)’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안정이 되었다가 다시 올라오지요.”

“안정화 변수(stabilizing factor)’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뭔가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것, 뭔가 터무니 없이 부풀리지 않게 하는 것, 겉으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 임시로 가라 앉히는 것” ..“뭔가를 조절해서 균형을 잡는 것”

“잘 말해주었어요.. ‘안정화’, ‘균형 잡기’에 대해서 좀 더 말해 주세요.”
“글쎄요, 뭘 말하라는 거죠?”

“긴장을 풀고, 너무 생각하지 말고, ‘안정화’와 ‘균형잡기’란 말이 일반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떠오르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안정화는 뭔가 조절하는데, 뭔가 편안하게 하는데(양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아주 일시적이지만 편안한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편안함’이란 무언가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을 말씀해주세요.”
“숙면을 취할 때가 떠오르네요.. 아주 침착한 마음상태.. 어느 한 곳에도 묶이지 않는 상태..”

“묶인다는 것은?”
“강요당하는 것, 제한을 받는 것..”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경계가 있는 것.. 경계란 넘어야만 하는 벽을 넘지 못하는 것.. 벽을 부수어야 하는데.. 때로는 벽을 존중해야만 하는 것.. 때로는 부수지 말아야 하지만 때로는 넘어야 하는 것..”

“때로는 넘어야 하지만, 때로는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좀 더 말하세요.”
“어떤 일을 하고 싶지만. 제한을 받고 있죠.. 동시에 저질러 버리고 싶기도 하고.. 두 가지 감정이 서로 부딪치는 것..딜레마에 빠지는 것..”
“두 가지 감정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마음 속에 두 가지 생각이 부딪치는 것..”

“그럴 때 느낌은?”
“불편하죠... 마음 속이 뒤죽박죽.. 혼돈상태,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것..”

“그러면 ‘편안함’과 ‘불편함’이란 무언가요?”
“편안하다는 것은.. 생각이 많지 않은 것, 평화로운 것,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 책임질 일이 없는 것.. 번잡한 일과를 마치고 엄마와 아빠가 계시는 집에 오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놀림받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않는 것, 가면을 쓰고 살지 않는 것이 편안하다는 것이고...내가 나 자신이 아닐 때,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불편한 것이죠.”

“조금 더 말해 주세요.”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종종 말하곤 합니다. 저는 아주 혼란스러운 인간이에요. 내가 뭘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말해주세요.”
“지금 멍해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요.”

선생은 GJ에게 꿈에 대해 물었다.

“저는 꿈을 꿉니다. 엄마는 제가 자면서 잠꼬대를 많이 한다고 해요. 한번은 꿈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깼어요. 끔찍했죠.”

“꿈속에서 느낌은?”
“완전..산산조각이 나는 느낌...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기운이 빠집니다..꿈을 꾸고 나니 부모님이 곁에 안 계신다는 것이 안 좋은 기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1-2년을 살았어요.”

“그 땐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혼자 독립하는 것을 배워야 했죠. 엄마와 함께 있으면 힘이 나지만 자립하는 것도 배워야죠. 집을 그리워하지는 않았어요. 시험 전에는 외로워서 집 생각이 나기는 했죠. 편안함이 그립지만 거기 없고, 엄마는 내가 정서적으로 나약하게 두지 않으셨어요. 독립적인 엄마로부터 영감과 힘을 받곤 했어요.”

“독립적이란 무언가요?”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 정서적 의존이란 괴로움을 하소연해야 할 곳을 찾는 것..”

“모낭염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을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취약한 곳, 보호해야 하는 어떤 것. 취약하다는 것은 섬세한 것, 섬세하다는 것은 흔들리는 것이 떠올라요.”

“흔들린다는 것은?”
“불안정한 것이죠..뭔가 딜레마를 일으키는 것 또는 뭔가 콘크리트 처럼 단단하지 않은 것 ”

“콘크리트란?”
“뭔가 함께 채워넣은 것, 묶는 것..”

“함께 채워넣은 것, 묶는 것이란?”
“서로 이해하는 것”

“그 반대는?”
“불안정한, 흔들리는. 자유. 하늘을 날기. 문명사회에서는 따라야할 규칙이 있고, 거기에 묶이고, 세금을 내야 되겠죠.”

“묶여 있을 때 안에서 느낌은?”
“제 자리에 놓아야만 한다는 것. 내 의무, 책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해야 옳은 일이라는 것. 그게 옳다고 들어왔으니까..”

선생은 GJ에게 취미에 관해 물었다.

“운동하기, 음악듣기.. 음악을 들으면 감동을 받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인생이 좋아지고, 나 자신도 사랑하게 되죠.”

“음악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보아요.”
“제가 자랄 적에 엄마는 노래를 불러 주셨어요. 아빠와 나는 같은 음악을 듣곤 했죠. 그런 노래를 들으면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 떠올라요.  아빠와 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사촌들과 만나서 놀죠. 음악은 나를 들뜨게 하거나 차분하게 만들어요. 흥분해서 말이 많아지고, 너무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태가 되죠.”

“혼란스럽다는 것은?”
“나에 대해서 확신이 없습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어요. 지금은 석사과정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누군가 석사를 따고 나면 무엇을 할거냐고 물으면 확실치 않아요. 큰 그림에서 결단력이 부족합니다. 사소한 것도 그래요. 어제 숙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버스를 탈지 기차를 탈지 결정할 수 없었어요. 결국은 숙모님에게 물었죠. 그랬더니 버스를 타라고 하세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따르지 않고 결국 기차를 타고 말았어요.”

선생은 GJ에게 현재까지 살면서 가장 영향을 받았던 일에 대해 물었다.

“부모님이 상처받았을 때.. 서로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남 때문에 불안해지기도 하고, 저에게 불안할 수도 있죠. 엄마와 아빠는 서로 굉장히 다른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서로 많이 사랑하고, 행복한 결혼이죠. 그렇지만 흔들리고 불안정해지는 사건들이 일어나요. 엄마는 다른 도시 출신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엄마는 아주 독립적인 분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책을 읽을 때 더 편안한 분입니다. 독서를 많이 하시죠. 아빠는 파티 가기를 좋아하시고, 대가족 집안에서 자랐어요. 제가 추측하기엔 아빠는 부인과 누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것 같아요. 사소한 일에서도 누이의 말을 들어야 하나,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하나 내면에서 충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내 사촌이 애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엄마는 그 애들을 보아 주어야만 했어요. 엄마도 자신의 삶, 자신의 일이 있고, 직업에서 성공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엄마가 아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래서 엄마는 단호하게 거절했죠. 잘 한 일이었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 일로 며칠 간 서로 말을 안 하고, 아주 심란한 일이었죠. 아빠는 불안정하신 분이요.”

“불안정이란?”
“아빠는 감정적인 분이세요. 집안 분위기가 불편해지니까 해결하고 싶었어요. 저도 불안정해지고 울게 됩니다.”

선생은 GJ에게 백지를 한 장 건네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대로 그림을 그리라고 요청했다. 단 사람이나 풍경같은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지 말고, 추상을 그리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GJ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도록 하였다.

“이걸 보고 있으니, 불안하고..들뜨게 됩니다. 계속 보고 있으니 두통이 생길 것 같아요..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갈등, 부딪치는, 어긋나는 견해.”

면담을 진행하면서 선생은 GJ의 감정에서 두 가지 상이한 부분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경계/벽이 있고,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 경계/벽은 부수어야만 넘을 수 있는 것. 하지만 부수고 싶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고 싶은 것. 경계/벽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가 명확하고 고정되어 있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경직된 부분. 다른 하나는 경계/벽을 부수고 넘고 싶은 것. 저질러버리고 싶지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가 명확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태. ‘이게 진실로 옳은가?’ 혼란스럽고, 결정할 수 없고,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상태,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진흙처럼 부드러운 부분.

GJ의 내면은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감정이 부딪치고 있어서 딜레마에 빠진 상태. 선생은 이 상태에 해당하는 동종약을 처방하였고, GJ는 이 약을 복용한 후 더 이상 모낭염이 재발하지 않았고, 난소의 낭종도 호전되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차분해지고 매사를 자신감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은 GJ에게 처방한 동종약은 Alumina silicata. 이 동종약의 원료는 알루미늄과 규산의 염(salt)인 Al2O(SiO4)가 주성분인 광물 홍주석(紅柱石). 이 약은 흔하게 쓰지는 않지만, 약 100년 전 미국의 유명한 동종요법 의사 Dr. Kent가 신경쇠약과 다양한 고질적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투여하여 좋을 결과를 얻었던 약.

산카란 선생은 이 약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환자들에게 처방하였는데, 선생이 해석한 이 약의 주제는:

경계/벽을 넘지 말고 그 안에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 것인가(고정된 정체성: 규산, Silica), 아니면 경계/벽을 부수고 혼란스럽게 살 것인가(혼란스러운 정체성:알루미늄, Aluminium). 이러한 두 가지 감정이 항상 부딪치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항상 불안하고, 자신감/집중력이 떨어지고, 신체적으로는 다양한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글쓴이 : 김영구
작성일 : 2011/07/29, 조회 : 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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